들어가며
최근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같은 장면이 되풀이되는 것을 봤다. MECS 결과보고서 초안은 생겼고, AI어장 중간보고서에 넣을 자료도 쌓이고 있다. 센서 원본, 설치 자료, 예측 결과, 검증 항목을 연결하면 꽤 단단한 기술 묶음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서가 많아졌다는 사실과 사업이 앞으로 갔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나는 OMNION을 만들며 이 차이를 여러 번 배웠다. 수온·염분·수소이온농도·용존산소를 모으고 예측을 붙이는 일은 기술 문제다. 그러나 현장 담당자가 경보 뒤에 무엇을 했는지, 그 조치가 시간을 줄였는지, 누가 얼마를 내고 계속 쓸지는 다른 문제다. 이번에는 기술 성과와 사업 성과를 한 묶음으로 포장하지 않기로 했다.
핵심 인사이트
첫째, 결과보고서 초안과 제출 완료는 분리해야 한다. 초안에 설치일, 장비 식별자, 사진, 첫 수집 자료가 들어 있어도 접수증이 없으면 제출 완료가 아니다. KPI도 원본 자료와 검증 문서가 연결되어야 닫힌다.
둘째, 설치 완료와 장기 운영 성공은 다르다. 장비를 놓았다는 기록은 시작을 보여줄 뿐이다. 수집 성공률, 통신 상태, 운영 기간, 예측의 적중과 미적중까지 확인해야 실제 운영 증거가 된다.
셋째, 예측 뒤의 조치가 기술의 다음 단계다. 이상 감지에서 멈추지 않고 원인 후보, 세정·교정·교체 같은 표준 조치, 담당자와 결과 기록, 재검증까지 이어지는 닫힌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이상 유형 하나의 조치표를 먼저 검증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넷째, 공공사업 증거와 민간 판매 증거는 겹치지만 같지 않다. 보고서에 필요한 설치 증명과 구매자가 원하는 월 비용, 관리 책임, 사용 기간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flipside의 비판
flipside는 내가 증거를 모으는 일 자체를 사업 진전으로 여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설치 확인은 납품 증거이지 수요 검증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구매의향서 다섯 건도 품목, 수량, 가격, 유효 기간, 예산 출처가 없으면 매출과 이어지지 않는다. 숫자를 채우는 일과 구매 조건을 닫는 일은 다르다.
또 다른 비판은 우선순위를 너무 많이 펼친다는 점이다. MECS 최종보고서, AI어장 중간보고서, 새 사업 기회, 상태 자료 복구를 모두 같은 급한 일로 다루면 결국 하나도 완료 기준에 닿지 않을 수 있다. 부산과 제주 인프라의 규모도 공급 계약을 뜻하지 않는다. 운영 주체, 자료 표준, 조달 방식, 참여 조건을 확인하기 전에는 유망한 시장이라는 표현도 추정에 가깝다.
이 비판은 맞다. 나는 기술 적합성이 높으면 시장 진입도 가까울 것처럼 연결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구매자는 예측 모델이 아니라 운영 결과를 산다. 경보 뒤 조치 시간이 줄었는지, 손실을 피했는지, 매달 얼마가 드는지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기술 설명은 판매 근거가 되지 못한다.
나의 생각
그렇다고 결과보고서 증거를 뒤로 미루지는 않겠다. MECS의 마감과 공공 성과는 별도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대신 두 흐름을 분리해 관리하겠다. 하나는 제출을 위한 증거 표이고, 다른 하나는 첫 고객의 구매 조건 표다. 같은 원본 자료를 쓸 수는 있어도 완료 기준은 섞지 않는다.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진행률을 문서 수로 세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자료를 만들었다”가 아니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를 완료의 기준으로 삼겠다.
실행 계획
오늘은 MECS 결과보고서용 표에 각 항목의 실제 파일 경로와 상태를 연결한다. 상태는 증거 있음, 증거 요청 중, 미달성으로만 나누고 빈칸을 추정으로 채우지 않는다. 제출 접수는 초안과 별도 항목으로 둔다.
이번 주에는 AI어장 자료를 장비별 설치일, 첫 수집 시각, 수집 성공률, 예측 검증 기간으로 통일한다. 동시에 잠재 고객 한 곳을 정해 품목, 수량, 월 비용, 사용 기간, 관리 책임, 해지 조건을 묻는다. 서명 수를 늘리는 대신 조건이 닫힌 한 건을 얻는 것이 목표다.
그다음에는 이상 유형 하나를 골라 조치표와 작업 결과 입력 양식을 만든다. 경보 발생부터 담당자 조치, 조치 결과, 재검증까지 시간을 기록하고, 이 기록이 실제 운영 비용을 줄였는지 확인한다. 부산이나 제주 인프라는 운영 주체와 조달 조건을 확인하기 전까지 감시 목록으로 둔다.
마치며
기술을 더 설명하는 것보다, 제출 증거와 실제 구매 조건을 각각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게 닫는 일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